내부정보가 더 위험하다
추석연휴가 지난 직후 대전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추진선.55세)이 이른 아침 클리닉센터를 방문했다. 투자클리닉을 찾는 여느 사람들과 달리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다보니 실상은 달랐다.
주식투자에서 그간 너무나 손실을 본 나머지 희망이 사라졌고 오히려 담담해지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추씨는 지난 10년동안 간헐적인 매매거래를 통해 모두 6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도 평가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2년간 64회의 매매거래중 승률은 40% 남짓이었다. 투자클리닉을 찾는 내원객의 평균 승률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였다.
더구나 가장 큰 이익을 본 매매거래는 1백50만원이 채 되지않은데 반해 가장 큰 손실은 1천2백만원을 넘었다. 이익을 본 매매거래의 평균과 손해를 본 매매거래의 평균금액을 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다. 추씨의 매매기록을 분석해보니 여러가지 증상이 혼재돼 있었다. 사면 물리고 팔면 오르는 추세역행증, 조금씩 자주 먹다가 한번에 크게 잃는 푼돈조급증, 매수한 종목에 집착해 물릴 때 물타기하는 과도집착증, 매수한 주식이 막연하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천수답증 등등.
그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패의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원칙없이 매매했다는 것이다.
특히 결정적인 패인은 은밀한 정보에 과도하게 집착했다는 것이다. 추씨는 그간 본인 스스로 종목과 매매 타이밍을 정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대개 타인의 말에 의존했고 특히 몇몇 종목에서는 "혹하는" 남의 말을 믿고 매매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왜 많은 투자자들이 정보를 과신한 결과 손해를 보게 될까?
은밀한 정보일수록 결국은 큰 손실을 초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정보의 은밀성은 강한 확신을 심어주게 마련이다. 믿음이 강한 만큼 평소보다 과도하게 매매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주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확신으로 인해 매매타이밍을 잡는데 판단이 흐려진다.
특히 정보가 소위 내부정보라는 "가면"을 쓰게 되면 확신은 더욱 강해지고 과중한 매매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더 커진다. 추씨는 손해를 만회하려는 일념으로 은밀한 정보에 더욱 집착하게 됐고 조급해진 마음에서 주변사람의 정보외에도 모 사설투자자문의 정보를 믿게 됐다. 그 결과 감당하기 힘든 물량을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정보에 따른 매매의 단점이 정보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정보를 잘만 이용하고 위험을 적절히 관리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은밀한 정보를 접하는 순간 감정이 기울게 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 결과 정보가 정확한지 또는 시의적절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예 처음부터 은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게 좋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격언과 마찬가지로 "정보로 흥한 사람은 정보로 망한다"는 증시격언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확신은 가장 위험한 단어다.
<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 한경머니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