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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클리닉] 15. 한탕 선호/물타기 금물

'왜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고 나면 오를까'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고개를 흔들며 되뇌어 봤을 말이다. '이번에는 틀림없겠지' 하고 매입에 나섰다가도 곧바로 '역시나' 하고 후회하기 일쑤다. 주가는 신만이 안다고 하지만 쌈짓돈을 쏟아부은 사람들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주식에서 큰 돈을 버는 방법은 정말 요행을 바라는 것 외에는 없을까. 만일 다 손해를 봐야한다면 미리 예방할 수는 없을까.  현대증권이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현대투자클리닉센터는 "길은 있다"고 말한다.

현대투자클리닉은 최근 개설 1백일을 맞아 그동안 "치료"받은 투자자의 실패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 시장이 먹는지 내가 먹는지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버리고 시장과 나눠 갖는다는 생각을 하라고 충고한다. 시장과의 투쟁이 아닌 윈윈(win-win)게임으로 국면을 전환시키라는 얘기다.

<> 실패의 원인 =시장과 승부를 내겠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유형별로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는 크게 한번 먹겠다는 "한탕 선호증"이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42)씨는 지난 7월 증권사를 찾았다. S사가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소문을 들은 직후였다. 그는 6천4백원에 6만주를 샀다. 일부 신용도 걸었다. 한몫 단단히 챙기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4일째 반대매매에 들어갔고 그는 큰 손해를 봤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물타기 형"이다. 특정 종목을 샀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추가로 매수해 손실폭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홍은동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모 은행 주식을 지난 4월에 7천원씩 8천주를 샀다. 그러나 주가는 계속 떨어져 다음달에 5천5백원까지 내려 왔다. 박씨는 더이상 떨어질리도 없다고 판단해 7천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하지만 주가는 희망과 반대로 움직였고 결국 4천원선까지 하락했다. 손실폭만 배로 불린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생각해 손해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죽어도 손해는 못 본다는 원금집착형이다. 대개 주식을 샀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오르겠지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달랜다.
그러다가 낙폭이 커지면 손해 액수를 세기 시작한다. 원금만 회복되면 팔아 버리겠다는 마음을 굳히지만 원금까지 되돌아오지 못하는 종목도 수두룩하다. 몇년을 속끓이며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기회비용까지 계산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손해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 나는 셈이다. 주가가 올라도 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일도 많다. 이른바 "수익조급증"이다.
직장인 정모(41)씨는 정기적금을 탄 돈으로 지난해 7월 모 증권사 주식 1천주를 주당 8천1백원에 샀다. 주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10월부터 급등세를 탔다. 주가는 최소 매수금액의 두 배까지 뛰었다. 그는 "상투"를 확신하며 1만6천원에 모두 팔았다. 원금 대비 1백%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종목은 6만원까지 올라갔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 공생의 방법 =시장과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고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게 김지민 원장의 지적이다. 적은 손실은 시장의 몫으로 남겨주되 대신 큰 이익을 노려야 한다고 충고 한다. 김 원장은 "투자할 때 손절매 가격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가격이 오르면 팔지 말고 추가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하라는 것. 시장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두곱 세곱으로 받으라는 얘기다. 결국 투자자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게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원장은 주식 투자의 모든 원칙은 손절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도타기를 하듯이 흐름을 타는 추세매매를 하라는 뜻이다. 매수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던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가가 요즘처럼 급등락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적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손절매 폭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1천만원을 투자하고 손절매 기준을 10% 하락으로 정했다면 급등락시에는 5백만원으로 투자금액을 축소하는 대신 손절매 폭을 20%로 넓히라는 것. 손절매의 원칙 속에 투자전략을 세우라는 얘기다. 현대투자클리닉 하용현 투자전문의는 "주식투자는 요행을 바라는 찍기게임 이 아니다"고 말하고 "손절매라는 아픔을 인내하며 큰 이익을 안겨줄 종목을 찾아다니는 고된 작업"이라고 말했다.

하용현 전문의는 <>조금씩 자주 벌고 한번에 크게 잃는다 <>남의 말과 소문만 믿고 생각없이 투자했다 <>내 계좌에 현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샀다 <>내가 주식을 사면 내리고 팔면 올랐다 <>이익이 난 종목은 그대로 팔고 손실이 난 종목은 쉽게 팔지 못한다 <>주가가 내리면 매입단가를 낮추려고 추가 매수를 했다 <>내가 사는 주식은 반드시 오를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내가 장기 보유한 주식은 대부분 손실을 본 종목이었다는 8가지 사항중 자신의 투자습관과 일치하는 것이 많을수록 실패의 길에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