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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역사 기행] 왜 고구려인들은 활을 잘 쏘았나? (펌)

[고구려 역사 기행] 왜 고구려인들은 활을 잘 쏘았나?


▲약수리 고분 수렵도. 사냥은 몰이꾼과 사냥꾼의 협동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군사 훈련이기도 하다.
◆ 사냥은 작은 군사 훈련
고구려 사람들은 사냥하는 것을 매우 즐겼습니다. 유명한 무용총 수렵도를 비롯해, 덕흥리 고분, 장천 1호분 등의 벽화는 고구려인의 사냥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지요. 약수리 고분 벽화를 보면, 말을 타면서 활을 쏘는 사람들과 숨어서 사냥감을 몰아 주는 사람들이 각자 맡은 역할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냥감을 한쪽으로 몰면, 길목을 지키던 사람들이 나와서 공격하고, 뒤에서 활을 쏘며 쫓아오는 장면은 마치 적을 섬멸하는 군대의 움직임처럼 보입니다.
말을 탄 사람을 보세요. 발에 걸치는 등자도 없이 말 위에 올라탄 채 뒤로 몸을 돌려 화살을 쏘고 있습니다. 참 멋있게 보이지만, 이는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동작이에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말 타기와 활 쏘기를 연습한 결과랍니다.
말을 탄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활을 쏘려면 말 고삐를 놓아야 하므로, 말과 사람이 한 몸처럼 되어야 합니다. 말 타기는 어려서부터 최소 10 년은 훈련해야 능숙해질 수 있답니다.
활 쏘기 역시 쉽지 않답니다. 활시위에 화살을 올려 놓고 그냥 잡아 당겼다가 놓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 시위를 당기는 힘이 세지 않고서는 화살을 멀리 보낼 수 없습니다. 자세가 안정되어야 하고, 목표를 정확히 바라보고 흔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화살을 쏘아야 제대로 맞힐 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맹수나 적이 뛰쳐나올 때를 대비해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내어 재빠르게 화살을 날리려면 엄청난 훈련을 해야 합니다.
◆ 어려서부터 글 공부와 활 쏘기 배워
▲덕흥리 고분의 활 쏘기 경기 장면. 말을 타고 몸을
뒤로 돌려 활을 쏘는 고구려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고구려 시대 학교인 경당에서는 글공부와 활 쏘기를 가르쳤습니다. 말 타기도 물론 어릴 때부터 훈련했지요. 이런 훈련을 거쳐 정말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고 불렀습니다. 고구려를 건국한 추모왕의 별명이 ‘주몽’이었던 것 기억하지요? 부여와 고구려에서 ‘주몽’이라 불리는 사람은 요즘 말로 ‘스타’였던 것입니다.
고구려에서는 매년 3월 3일 낙랑언덕에서 사냥 대회를 열었습니다. 국왕이 직접 참여하는 이 행사에는 젊은이들이 참가하여 저마다 사냥 솜씨를 뽐내었습니다. 이 날 가장 사냥을 많이 해 온 사람에게는 관직을 주고 나라의 일을 맡기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뽑힌 사람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평강공주의 남편인 온달입니다.
온달은 가난한 평민 출신이지만, 사냥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임금의 사위로 인정 받았답니다.
고구려 청소년들이 말 타고 활 쏘는 것을 배우는 데 열심이었던 것은 이처럼 높은 벼슬길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글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벼슬길에 올랐지요. 고구려는 학문도 매우 발달한 나라였지요. 태학박사 이문진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고구려 사람들이 평소 사냥을 즐긴 것은 그것이 일종의 군사 훈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냥감을 적군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되겠지요. 고구려는 처음부터 많은 나라들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강한 군대, 능력 있는 전사가 필요했답니다.
◆ 일반 국민들도 군사 훈련 받아
초기 전쟁에서는 ‘좌식자’라고도 불리는 전문 군사 집단이 앞장 섰습니다. 하지만 점차 위, 돌궐, 수, 당 등 큰 나라와 전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군사의 수가 많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전문 군인만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도 군사 훈련을 시켰던 것입니다.
평소 활 쏘기를 잘?사람은 전쟁이 났을 때에 즉시 뛰어난 궁병(弓兵)이 될 수 있고, 말을 잘 탄 사람들은 날랜 기병(騎兵)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구려 시대의 국경은 지금처럼 함부로 넘어 올 수 없는 선이 아니라, 수시로 적군이나 도적들이 쳐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고구려도 부족한 식량이나 노동력, 재물 등을 얻기 위해서 초기에는 다른 나라를 수시로 공격하기도 했답니다.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맞서 싸워 이기자는 것이 고구려인의 생각이었습니다.
고구려가 건국 초기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주변국과 싸워 이기면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부터 날쌔고 용감한 군인을 길렀기 때문입니다. 고구려가 우연히, 또는 운이 좋아서, 똑똑한 지도자 몇몇 때문에 강국이 된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