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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사랑 세포

사랑 세포

어느 메마른 오후,
나와 그녀의 가슴 한 켠에 사랑세포가 생겨났네.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작은 사랑세포는 이쁘고 따뜻했네.

매일 자라는 세포를 보며 행복하였고,
잘못되지는 않을까 작아지진 않았는지 걱정도 되었네.

처음 시작할때는 지켜보고 키우는게 힘들어 끄집어 낼려고도 했었고,
불신이라는 병균에 없어질 뻔도 했었지.

어느덧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고,
그녀에게 끝까지 세포를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네.

그렇게 오랫동안 몸 속에서 자랐고,
이제 나의 일부가 됨을 느꼈네.

시간이 지날수록 지켜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난 점점 무신경해졌네.

덩치가 커진 사랑세포로 인해 움직임이 힘들어 지고,
내 몸의 다른 부분을 건더리며 아프게 하네.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니 암세포라고 하며,
당장 잘라내라고 하네.

키워온 세월만큼이나 상처는 컸고,
사랑한 만큼이나 아픔이 느껴지네.

세포를 떼어놓고서야
사랑의 크기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네.

이제서야 알 수가 있네.

그녀도 자기 몸속의 사랑세포 때문에 힘든 적도 있었을껀데,
내 아픔만 생각했었다는 걸....

그녀에게도 나와 똑같은 상처가 생겼을 건데,
내 상처만 아파한다는 걸...

암세포가 아니라,
내 몸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을 꺼라는 걸...

하지만 이미 떼어낸 사랑세포는 검붉게 죽어있었고,
더이상 살릴 수가 없네.

사랑세포가 차지했던 공간 이상으로 공허함을 느끼고,
그 무게에 맞춰진 몸은 더 이상 가눌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