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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s is .../여행일기

인생 걷기 (태백산 일출 야간 등산)


태백산 일출 보러 10시 50분 강릉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가는 동안 설레는 마음과 첫 야간 등산에 대한 두려움이 뒤엉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드디어 새벽 3시에 태백역에 도착하였다.

주위에 간단히 먹을 곳이나 쉴 때가 없어서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바로 택시타고 유일산 입구(역무원님과 택시기사님이 당골보다는 유일산입구를 추천)로 출발하였다.

새벽 3시 30분경 유일산 입구 도착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
거기다가 가로등만 몇 개 켜져있을 뿐 주위가 너무 고요하고 특히 등산로에는 불빛조차 없다.

머리에 헤드렌턴을 부착하고 옷과 베낭을 단단히 메고, 등산로에 들어선다.

정말 산 올라가는데 불빛이 보이지 않고, 달빛조차 없다.
간만에 등산이라 힘든데,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쪽팔리진 않겠다.

본격 등산 시작

올라가는데 주위가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유일사까지는 차가 올라가도록 길이 잘 되어있었지만,
유일사에서부터는 일반 산길로 자세히 아래를 봐야만 길인지 아닌지 판단이 된다.
다행히 등산로와 구분하기 위해 줄이 쳐져있어서 잘못된 길로 가진 않았지만
두렵기는 했다. 혹시나 산짐승이 나타나면 어쩌지...

그래도 올라가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긴가민가 한다.
길을 잘못 들어도 다시 가면 되지만, 일출볼러고 왔는데 시간을 놓치면 안되기에... 계속 긴장하고 유심히 길을 찾으면서 올라간다. 그러던중 안개가 끼면서 시야가 더 짧아지고, 심지어 물이 떨어진다. 비는 아닌듯 한데 먼가 불길하다.
다행히 첫 이정표가 나타나면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힘이 난다.

드디어 태백산 정상 도착 (약 6시 30분경)

그리고 천제단

안개가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아마 구름이 태백산 정상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7시 10분까지 기다려보지만 도저히 안개가 걷힐 기미가 안보인다. 태백산 홈페이지에는 6시 25분이 일출예상시각으로 나와있었는데... 아무래도 일출을 보지 못할듯 하다.
아쉬운 마음에 그쪽 방향으로 사진 한컷

그래도 좀 더 기다릴까 망설이다가 당골쪽으로 내려간다.

좀 내려가니 시야가 좀 걷히는 듯 하다.

내려오는 길

드디어 당골광장 도착 (약 8시 30분경)

한 인생을 산듯 하다.
혼자 가시거리 1미터 정도인 길을 걸으면서 인생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
이 길이 맞는지 조심히 그리고 자세히 살피고,
혹시나 잘못 가는건 아닌지 옆을 둘러보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
가끔은 옆에 한명이 있으면 좀 덜 불안할텐데 생각하지만, 결국 내 혼자 걸어야만 하는 길....
힘들어, 숨쉬기조차 힘들고 다리 근육은 풀러서 잘못 짚으면 쓰러질 것 같고...
밤안개를 만나 더더욱 가시거리는 짧아지고...
정상까지 계속 긴장하고... 불안하고....
이정표를 만났을 때의 안도감...
정상에서의 성취감...
마치 다른 인생을 산 듯 한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꼭 일출을 보고 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