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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클리닉] 1. 무관심은 죄악이다

무관심은 죄악이다

서울 고척동에 사는 김진호(53)씨는 조그만 무역회사에 이사로 재직중이다. 시골 태생인데다 5남매중 장남이라서 그런지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가 클리닉센터에서 털어놓은 고민은 주식을 사긴 사는데 팔아야할지 놔둬야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투자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초다. 여유돈 2천만원으로 한진중공업과 태평양을 샀다. 주식은 금세 올랐고 약 30%의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혹시 폭락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투자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작년말부터 다시 투자에 나섰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진정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금쯤 사서 그냥 놔두면 올라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작년 12월 21일 현대강관을 주당 6천1백원에 3천주 샀다.
조금 떨어지는가 싶더니 1월초에 7천원대로 올라섰다. 김씨는 대한화재 1천주를 주당 1만1천5백원에 또 매수했다. 그는 그후 주식을 매매하지 않고 있다. 주가를 매일 챙기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쳐다볼수록 골치가 아프다는게 이유다. 어차피 경기는 좋아지고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믿음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러나 몇달 안돼서 상황은 비관적으로 변했다. 현재 현대강관의 주가는 3천원대다. 7천7백원을 고점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곧 반전하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은 주가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한화재에서도 별 재미를 못봤다. 매수후 두달만에 2만2천2백원까지 오르다 하향추세를 탔으나 수수방관했다. 주가는 원래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투자자는 무사안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주가가 오르거나 빠지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조금 오른다고 추격매수하거나, 하락기미만 보이면 팔아치우는 것은 분명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매수를 한 뒤 나몰라라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언젠가는 오를 것이란 기대는 늘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주식을 사놓고 수개월 또는 수년동안 방치해 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주식은 대체적으로 오르는 기간보다 빠지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따라서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주식을 팔아치우는 게 두렵기도 하고 팔고나면 오를 것같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너무 자주 주가를 보는 것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 방해가 되지만 지나치게 무관심한 것도 주식투자에서는 죄가 됩니다"라고 답했다.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뚜렷한 투자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 눈앞의 시세에 이끌려 갈 경우 장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상승추세가 생긴 경우에만 매수하고 고점대비 일정수준 하락시 매도할 것을 상정해 어떤 경우라도 최대 손실폭을 상정한 뒤 일관되게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시세에 다소 둔감한 성향은 이렇듯 몇가지 원칙만 갖고 매매에 임할 경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기다림의 원칙이란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지, 무관심을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