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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클리닉] 8. 후회보다 반성을

클리닉센터를 개원한지 1백일이 지났다. 3천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이들은 "고점매수 저점매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도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오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철용(55세.자영업)씨가 최근 클리닉센터를 찾아왔다. 작년 여름에 퇴직 했고 조그만 유통사업을 시작한 분이다. 여윳돈 3천5백만원으로 올초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지난 1.4분기중 모전자주와 증권주 은행주로 몇번의 이익을 실현해 주식투자의 매력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후에는 큰 재미를 못봤다.
8월초 S중공업 한종목에 보유자금 1억원을 모두 털어넣고 보니 얼마되지 않아 30%가 속락했다.
놀란 가슴을 달래며 손절매하려고 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매도를 보류했다. 외국인이 크게 선호하는 종목인데다 바닥권까지 떨어져 조만간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에도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은행에 예치한돈 5천만원을 찾아 추격매수했다. 소위 물타기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허망했다. 주가는 최초 매입가격의 50% 수준으로 몰락했다. 단기간에 본전을 찾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달리 어떤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김씨에게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라도 과도 투자된 부분의 손절매를 권유했다. 하락추세의 종목은 흔히 생각하는 하한선을 하향 돌파하고도 훨씬 더 빠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여전히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눈치였다.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라는 세가지 시간의 존재는 우리생활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특히 무너지는 시장앞에서 내뿜는 담배연기의 길이만큼 깊어진 후회는 향후 매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의 오감은 주변의 사물들이 움직이는 데 거의 동시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과거 행동에 대한 후회는 또 다른 양식으로 우리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표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후회가 현재의 적절한 의사판단과 미래의 매매에 매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있다. 매수후 주가가 크게 하락해 이미 과거속으로 사라진 손실을 놓고 원본에 집착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후회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 있을 많은 기회를 스스로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주식매매에 성공하기 위해서 목표손실을 정해놓고 추세에 순응하라는 원칙을 지면을 통해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조물주는 인간심리를 꼭 그때마다 반대로 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본능을 거슬러야하는 이 힘든 "원칙준수"를 좀더 쉽게 하는 방법중에 하나는 앞서 지적했듯이 과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오직 반성만이 의미를 갖는다.

                                                                     < 한경머니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