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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클리닉] 9. 사이버거래의 명암

사이버거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주식투자를 대중화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악영향도 나타난다. 시간마다 주가를 안보면 소화가 안된다거나 주말에 컴퓨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사례도 많다. 사이버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증후군의 문제는 드러나는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단타매매를 부추겨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는 데 있다.
서울 정릉에 사는 오지선(41)씨는 지난 93년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당시 경기가 호황이어서 오씨의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5백만원으로 블루칩중심의 매매를 실시해 약 1년반동안 60%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렸다.
오씨는 94년말 집안사정으로 주식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증시가 급속히 회복세를 보이자 연말에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 평소에 적극적인 오씨의 성향은 주식매매에서도 드러났다. 주가가 한두번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거침없이 사고 하락시에는 비교적 과감하게 팔아버리는 매매형태였다. 매수한 주식을 대부분 단기에 팔아버리고 다시 다른 종목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

증권사에서 나오는 주보나 데일리 등의 추천종목이 투자대상이었다. 또 한 두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작년 12월 2천만원으로 시작한 그녀는 증권주와 일부 개별주에서 재미를 봤다. 연초 약세장에서 이익의 대부분을 토해냈다. 이즈음 객장에 모인 투자자가 너무 많아 주문을 내기도 힘들어 아예 사이버매매를 시작했다. 자금도 계속 보태 4월중순에는 4천5백만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 매매분까지는 거의 본전수준에 머물렀다. 아직 팔지않은 증권주와 일부 블루칩을 감안하면 약 1천2백만원정도 손해가 났다. 오씨는 추세에 순응하는 매매와 철저하지는 않지만 손절매도 병행하는 비교적 우수한 매매패턴을 보유했다. 그러나 결과는 손해였다.

이유는 리스크관리의 부재에 있었다. 리스크관리가 안된 것은 지나치게 잦은 매매에 있었다. 오씨가 매매한 기간은 대략 9개월. 그동안 총 매매횟수는 1백41회였고 그중 이익을 본 것은 1백11회다. 손해를 본 것은 30회다. 전체 승률로만 따지면 78%를 넘는다.
사이버 거래가 제공하는 장점은 편의성과 즉시성이다. 또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않는 은밀성과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이 빠른 매매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단기매매가 잦아지면 매매중독증에 걸리게 된다.
또한 눈앞의 시세에 집착해 감정이 이끄는 매매밖에 할 수 없게된다. 장기 상승추세에 있는 종목을 잡고도 작은 이익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요소는 짧은 수익에 익숙해 있는 경우 하락시 손절매가 제대로 이뤄지지않아 푼돈으로 여러번 벌고 한두번에 모두 날리는 경우가 생길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시황판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숫자에 끌려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오씨는 78%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보였지만 결국 황금같이 좋은 장세에서 커다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클리닉이 끝날 무렵 오씨는 이같은 말을 남겼다.
"사이버 거래는 카지노를 안방에 옮겨놓은 것 같아요. 자주 보면 안되겠더라구요"

                                             <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한경머니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