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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클리닉] 10. 물타기는 지긋지긋

"원장님! 누가 맞는지 판정 좀 내려주세요. 저는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팔자고 하는데 이 양반은 본전이 될때까지 기다리자는 거예요"
열흘전쯤 울산에 출장진료를 갔을 때 일이다. 40대인 한쌍의 부부가 씩씩거리며 진료실로 들어왔다. 4천5백만원을 주식투자로 운용하는 부부였다. 투자에 있어 남편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결과가 신통치않자 부인이 불만을 품고 클리닉센터를 찾은 것이다. 남편 이진우씨는 작년 5월중순 LG반도체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저점매수의 기회로 판단했다. 1만3천6백원에 1천9백주를 샀다. 그러나 주가는 하락했다. 한달도 안돼 1만원이하로 떨어졌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팔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1만원에서 오르락내리락할 뿐이었다. 이씨는 손해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물타기를 생각했다. 9월초 1만1천1백원에 1천5백주를 더샀다. 그후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12월초에 1만4천원에 그동안 샀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 약 10%정도는 번 셈이었다.
이씨는 몇달간의 매매에서 물타기가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또 물렸을 경우 기다리면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논리도 세웠다. 이후 이씨는 몇번의 매매에서 하락하는 종목을 산 뒤 물리면 기다리고 오르면 재빨리 파는 전략을 세웠다. 나는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다는 그의 생각은 신념이 돼 있었다. 반면 부인 최씨는 이런 남편의 성향이 못마땅했다. 공격적으로 사고 떨어지면 빨리 팔아버리는 스타일을 좋아했다.
부인 최씨는 남편과 별도로 지난 4월초 LG증권을 3만2천1백원에 1천2백주 매수했다. 크게 오르고 있던 참이어서 더 상승할 것이라고 봤던 것이었다. 그러나 최씨가 산 뒤에 주가는 떨어졌다. 조금 반등하는 듯하다가 다시 떨어져 매수가격을 밑돌았다.
최씨는 2만6천원에 이 주식을 팔아버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주가가 아직 2만6천원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후 이들 부부는 몇번의 매매에서 소폭의 이익을 취했다. 최초의 투자금액을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남편의 저점매수 고점매도 전략으로 주식이 물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때마다 기다리자는 남편과 손절매하자는 부인의 전략이 충돌해 작은 부부싸움의 계기가 되곤 했다.
부인은 다른 종목을 선택하면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왜 기다리기만 하느냐는 것이었고, 남편은 그래도 본전은 건져야하지 않느냐는 게 싸움의 이유였다. 나는 당연히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편은 전형적으로 추세역행적 매매를 구사하고 있었다. 반면 부인은 비교적 추세에 순응하는 매매를 했다. 게다가 남편은 손실을 볼 경우 본전에 집착하는 경향으로 매도를 늦추고 많은 기회를 잃어버렸다. 또 추세의 반전이 늦어지거나 낙폭이 커질 경우 막대한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부인은 상대적으로 추세매매에 강하고 손절매에 대한 노력은 하지만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었다. 사실 추세를 따른다고 손절매를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추세매매만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혼자만의 결단으로 추세매매를 하기 어렵다면 주식투자를 하는 동료나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해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내의 투자성향이 더 낫다는 "판결"에 남편은 수긍했다.
앞으로는 잦았던 부부싸움이 없어지고 이들 부부가 돈 벌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 현대증권투자클리닉센터 원장 한경머니 자문위원 >